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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주집중탐구] 1월의 제주 (곽지 / 애월) part 1
    Travelogue/제주 집중탐구 2018. 1. 25. 17:44

    1월의 제주 (곽지 / 애월) part 1

    1월의 여행은 지난 1월 19일부터 21일까지 2박 3일의 짧은 일정으로 진행됐다. 무려 금요일 오후 반차를 쓰고, 오후 2시 40분 비행기를 타는 일정이었기 때문에 제주 땅에 머무른 시간은 약 48시간 남짓. 그래서 일부러 이동하지 않는 일정으로 계획했다. 공항에서 내려서 택시를 타고 숙소로 이동한 이후에는 근거리 이동 외에는 하지 않는 일정. 제주도니까 가능한 계획이었다. 와본 적이 있었고 또 올 생각이다보니 정말 여유롭게 휴식하는 것을 이번 여행의 목적으로 했다. 곽지과물해변으로 목적지를 정한 것은 순전히 숙소 때문이었다. 같이 가는 일행들이 마음에 들어한 숙소가 여기였고, 걸어서 바다를 갈 수 있었으니까. 그래서 이번 여행의 범위는 곽지과물해변과 애월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2018년 1월 19일, 오후 2시 40분에서 30분 가량 연착된 에어부산 항공기를 탑승했다.

     

    비교적 따뜻한 날씨였고, 제주의 낮 기온은 10도 정도를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평소 서울에서 꽁꽁 싸매고 입던 롱패딩 대신 조금 얇은 겉옷만을 챙겨 입고 나섰다. 1시간 남짓한 비행 시간 동안 나는 물을 한 잔 마셨고, 조금 졸다가, 친구와 수다스러운 얘기를 했다. 비행기에서 내려 수하물을 찾으러 갔을 때 운이 좋게도 꽤 빠르게 캐리어가 나오는 덕에 빨리 공항에서 빠져 나올 수 있었다.

     

    공항에서 숙소까지는 택시를 타고 이동하기로 했기 때문에 택시 승강장으로 걸어갔다. 건물 밖으로 나오자 서울과 다른, 따뜻하고 깨끗한 공기가 느껴졌다. 건물 옆으로 야자수가 뻗어있는 것이, 꼭 동남아에라도 온 듯 한 기분이 들어 꽤나 좋았다. 이 기분은 오래가지 못했는데, 매우 시끄럽고 조금은 무례한 택시 기사 탓이었다. 기사는 제주도에 얼마나 많은 중국인들이 들어와 있는지, 그들이 얼마만큼의 땅을 소유했는지 얼마나 많은 건물을 가지고 있는지를 쏟아내며 연신 욕을 뱉었다. 한동안 정치인과 중국인에 대한 욕을 하던 기사는 일행에게서 특별한 반응을 얻어내지 못하자 이내 조용해졌다. 여행지에 도착하자 마자 들은 폭풍같은 욕이라니. 숙소에 도착했을 때 기사는 비용을 현금으로 지불하기를 요구했고, 캐리어를 트렁크에서 꺼내는 동안 미터기를 끄지 않았다. 이것이 이번 여행에서 가장 안 좋은 기억이었으니, 뭐 액땜한 셈 칠 수 있겠다.

     

    공항에서 숙소까지는 이만원이 조금 넘는 택시비가 나왔다. 숙소는 곽지과물해변에서 걸어서 10~15분 정도 걸리는 오누박스 게스트하우스였다. 캐리어를 내리는 동안 게스트하우스의 스태프가 나와 예약 확인을 했다. 총 4명이서 2인실과 3인실을 각각 예약했는데, 배정받은 방은 3인실과 4인실이었다. 두 명씩 방을 나눠 쓰기로 한지라 꽤나 넓직하게 방을 쓸 수 있었다. 나는 친구와 함께 3인실에 묵었는데 친구는 창가쪽의 침대를, 나는 이층침대의 일층을 차지했다.

     

    TV가 방에 있었는데 뭐가 문제인지 켜지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굳이 TV를 볼 일이 없었기 때문에 무시하기로 했다. 방에는 온열기가 있어서 꽤나 훈훈한 공기를 유지할 수 있었고, 침대에도 전기장판이 깔려있었다. 침대 옆과 벽 곳곳에 콘센트가 많아서 휴대전화와 보조 배터리를 충전하기에 꽤나 탁월한 공간이었다. 일행이 쓰는 방은 바로 옆에 붙어있었는데 컨테이너 박스로 만든 건물이다보니 방음이 좋지는 않았다. 계단을 오르고 내리는 소리가 전체 방을 울리기도 했다. 우리는 어차피 일행이었고 방에 있는 시간이 길지 않았기 때문에 크게 거슬리지는 않았다.

     

    방에는 화장실이 딸려있었다. 공용이 아닌 점이 꽤나 마음에 들었다. 샴푸나 린스, 바디샴푸, 치약도 비치돼 있어 편했다. 수건도 깔끔한 편이어서, 가져갔던 개인 수건을 굳이 사용하지 않아도 괜찮을 것 같았다. 문이 조금 뻑뻑하긴 했지만 샤워기의 수온도, 수압도 나쁘지 않았다.

     

    방문을 나와 전경을 보면, 이런 컨테이너 박스들로 숙소가 구성돼있다. 주변에는 다른 특별한 건물 같은 게 없어서 눈은 시원했다. 편의점은 걸어서 3분 정도 걸어가 작은 횡단보도를 하나 건너면 나온다.

     

    숙소에 도착했던 시간이 다섯시가 넘은 시간이라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고 있었다. 공기가 조금 쌀쌀했지만, 간만에 미세먼지를 피해서 보는 파란 하늘이라 넋을 놓고 한참을 봤다.

     

    그래피티가 그려진 이 컨테이너가 애월공장이라는 이름을 가진 파티룸 겸 술집이다. 8시반부터는 신청자에 한해 바베큐 파티를 할 수 있다. 렌트도 하지 않고 주변에서만 머무르기로 했기 때문에 숙박하는 2박 동안 저녁은 여기에서 해결했다. 하지만 1시에 점심을 먹고 왔기 때문에 일행 모두 배가 고픈 상황이었기 때문에 저녁 식사 전에 요기를 하기 위해 식당에 들렀다. 원래는 바다를 보려고 곽지과물해변으로 걸어가고 있었지만, 식당을 보는 순간 왠지 들어가야 할 것 같은 기분에 이끌려 식당으로 들어가게 됐다. 여기는 곽지 김사장&박사장이라는 식당인데 무려 문어라면을 팔고 있었다. (제주도에는 문어라면을 파는 곳이 꽤 많은 듯 하나.)

     

    성게미역국 1인분과 옥돔구이 1인분, 문어라면 2인분을 주문했다. 게스트하우스에서 저녁을 또 먹어야 하기 때문에 문어라면을 1인분만 주문해볼까 했지만, 1인 1주문이라고 해서 2인분을 주문하기로 했다.

     

    2인분이 한 그릇에 담겨져 나오는데 크기가 꽤나 크다. 문어라면은 1인분에 만원이었다. 곁들여져 나온 버섯구이나 젓갈 같은 것들도 입맛에 맞았다. 홍합이 정말 가득 들어있어서 조금 놀랐다. 원체 라면을 좋아하는 사람인지라 제주에서의 첫 끼로 꽤 괜찮다고 생각했다. 부른 배를 붙잡고 그래도 일단 바다는 보자라는 심정으로 곽지과물해변으로 향했다.

     

    어두워서 보이는 건 없었지만 바다향만큼은 선명하게 느껴졌다. 해초의 내음과 소금기 가득한 바람이 제법 차갑게 불었다. 따뜻한 제주햇살과는 다소 다른 찬 바닷바람탓에 금방 숙소로 돌아갔지만, 바다향을 맡고 나서야 비로소 진짜 제주에 온 듯한 기분이었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있는 곽지마트에서 포카리스웨트 1.5L 짜리 페트병을 샀다. 숙소에는 정수기가 있어서 물을 먹을 수 있었지만, 물로만 채워지지 않는 것들이 있지. (사실 정수기가 있는지 몰라서 물을 사려다가, 물보다 포카리가 맛있을 것 같아 구매한거다.)

     

    숙소에 도착하니 애월공장에는 반짝반짝 전구가 켜져있었다. 낮보다는 밤이 예쁘다고 생각했다. 숙소에 포카리를 놓고 조금 가볍게 옷을 갈아입고 8시 반에 애월공장으로 향했다.

     

    제주산 돼지고기와 버섯, 파인애플, 소시지 등이 바베큐용으로 준비돼있었다. 비용은 1인당 이만원인데, 음식을 추가로 먹을 수는 없다. 리필이 되는 것은 오직 중국산인 김치만 가능하다. 고기를 다 먹고 나면 볶음밥을 먹을 수는 있다. 그리고 이 비용에는 한라산이나 처음처럼, 혹은 막걸리 1병이 포함돼 있었다. 만일 맥주를 먹고 싶다면, 소주 2병으로 맥주 피쳐 교환이 가능하다.

     

    맥주보다는 소주를 선호하는 나는 제주에 왔으니 한라산!을 외치며 가볍게 한라산을 두 병 정도 마셨나 보다. (사실 잠자기 직전 10분 정도의 기억이 없지만.)

     

    문어라면을 잔뜩 먹은 탓에 배가 불러서 고기를 많이 먹지는 못했지만, 볶음밥은 술에 취한 와중에도 맛있었고 일행들과 수다떠는 것도 많이 즐거웠다. (사실 내가 무슨 말을 했는지 다 기억하진 못한다.) 1시가 되기 전 계단을 기어올라가 잠이 들었고, 눈을 떴을 때는 새벽 5시였다. 사다놓은 포카리를 들이키고는 다시 잠에 들어 아침 9시에 일어났다. 정신을 차리고 둘째날, 본격적인 곽지 탐험을 시작했다.

     

    밝은 곽지과물해변은 둘째날, part 2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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