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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주집중탐구] 1월의 제주 (곽지 / 애월) part 2
    Travelogue/제주 집중탐구 2018. 1. 26. 17:08

    1월의 제주 (곽지 / 애월) part 2

    한라산의 정기는 커녕 술기운만 잔뜩 받은 아침. 피곤하지만 보말죽을 먹겠다는 일념으로 방을 나섰다. 원래 지난 번 보말죽을 먹은 곳은 성산일출봉 쪽이라, 너무 멀어 갈 수가 없었기 때문에 근처에 보말죽을 판다는 곳을 인터넷에서 찾아 나섰다.

     

    일단 시원한 공기와 밝은 바다를 보기 위해 곽지과물해변으로 다시 향했다. 미세먼지가 별로 없는지 하늘이 쾌청했다. 간밤의 바다향을 대신해 너른 바다와 세찬 파도가 눈과 귀를 가득 메웠다. 시각적 자극이 세다보니 후각은 잠시 잊혀졌지만, 이렇게 파란 바다를 본 건 오키나와 여행 이후 오랜만이라 마음이 다 깨끗해지는 기분이었다.

     

    곽지과물해변에는 과물노천탕이 있는데 지금은 운영을 하지 않는 시즌인 것 같았다. 쓰레기도 좀 많아서 아쉬웠다. 여름엔 여기도 사람들이 많이 있을텐데, 이래서 역시 겨울 바다가 좋다.

     

    물 색깔이 너무 예뻐서 연신 예쁘다는 말이 나왔다. 정말로 백 번은 얘기했을 거다. 말로라도 뱉어내지 않으면 이 아름다움에 대한 경외심을 표현할 방법이 없었다. 2016년에 갔던 제주는 날이 너무 흐려서 이런 바다를 볼 수 없었기 때문에, 이 날이 제주에서 가장 예쁜 바다를 본 날로 기억될 것 같다.

     

    바닷길을 따라 보말죽을 먹으러 걷고 걸었다. 바닷바람탓에 조금 쌀쌀했지만 날이 좋고 공기가 좋아 신나게 웃으며 시끌시끌하게 걸었다. 그렇게 찾아간 식당에서 접한 비보는, 보말죽을 팔지 않는다는 것. 아니, 제가 블로그에서 본 그 글은 뭘까요. 전복죽이라도 먹고 나올까 싶었지만, 보말죽을 먹지 못할 바에는 그냥 다른 메뉴를 먹자는 결론을 내고 식당을 박차고 나왔다.

     

    다시 바닷길을 따라 돌아오면서 뭘 먹으면 좋을까 고민을 해봤는데, 제주도에서 그래도 유명한 메뉴 중 하나인 고기국수 집이 근처에 있다는 게 생각났다. 곽지국시라는 식당인데 숙소에서 나오면 보이는 큰 길가에 있어서 오다가다 봤던 곳이다. 수제버거집인 몬스터 살롱 옆쪽이다.

     

    손님들이 붙여놓은 포스트잇들이 온 벽에 가득하다. 고기국수와 곽지국수, 비빔국수를 판매하고 있고 만두도 판다. 고기국수와 비빔국수, 만두를 시켜봤다. 고기국수가 칠천원, 비빔국수가 육천원, 만두가 오천원이다.

     

    생각보다 양이 많고 만두까지 시킨 터라 다 먹지 못하고 남겼다. 고기국수는 돈코츠라멘처럼 조금 느끼한 맛이 있는데 나는 그 맛을 너무 좋아하기 때문에 맛있게 잘 먹었다. 비빔국수는 먹는 사람의 입맛에 따라 조금 많이 맵게 느껴질 수 있나보다. 나는 매운 건 따로 못 느꼈는데 같이 간 친구는 매우 매워서 못 먹겠다고 했다. 한라산을 하도 많이 마셔서 내 혀가 잠시 고장났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배부르게 밥을 먹었으니 카페에 가서 바다 구경을 하자는 마음으로 다시 곽지과물해변으로 돌아왔다. 바다색깔 너무 예쁘다! 아침보다는 해변에 사람이 조금 많아졌다. 바다를 바로 맞은 편에서 볼 수 있는 카페인 곽지스테이션으로 들어갔다.

     

    겨울이라 아무래도 사람이 바다에 많지 않다보니 카페도 다소 한가했다. 야외 테이블을 사용하긴 어려운 날씨지만, 여름이면 카페 가득 사람이 차지 않을까. 바다를 마주보는 자리에 앉아 계속해서 바다의 색에 감탄하며 시간을 보냈다.

     

    칠천원짜리 한라봉스무디를 마셨다. 스무디는 평범한 맛이었지만, 바다를 따뜻한 곳에서 볼 수 있다는 게 최고의 장점이었다. 여기서 바다보면서 노닥노닥거리고 있는데, 뒤늦게 일어나 점심을 먹고 온 일행이 택시를 타고 금방 갈 수 있는 거리에 예쁜 캔들 상점이 있다는 얘기를 던졌다. 사진을 봤는데 정말, 어머 이건 사야 해!의 분위기라 자리를 정리하고 나가 택시를 잡았다. 카카오 택시가 제주도에서도 되길래 이때부터 잘 사용했다.

     

    택시비로 사천원 정도 나오는 애월에 가면 샘스제주캔들을 만날 수 있다. 매장 바깥에 이렇게 제품을 진열해놓았는데 바다와 함께 찍으니 너무 예쁜 그림이 나와서 행복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디테일도 꽤 아기자기하다.

     

    바닷바람도 잊고 사진 삼매경. 제주 바다의 색을 형상화한 캔들이 제일 마음에 들었다.

     

    매장 안에는 더 많은 캔들들이 전시돼 있다. 젤캔들이라 이런 모양이 구현되는 듯 하다. 한 동안 캔들을 많이 샀었지만, 최근에는 흥미를 잃었었는데 진짜 안 살 수가 없는 제품들이라 결국 애월바다와 월정리바다 하나씩을 골랐다. 크기와 모양에 따라 가격이 다른데 나는 코르크 마개가 덮인 제품으로 샀고, 하나에 이만원이었다. 2박 3일간 머무르는 곽지와 가장 가까운 애월, 그리고 색깔이 오묘한 월정리. 애월은 내 몫으로, 월정리는 동생 선물로 구매했다.

     

    캔들워머에 놓아보면 이렇게 예쁜 모습이 된다. 캔들 뒤에 조명을 세팅하면 꼭 바닷속을 보는 것 같이 구현할 수 있지만- 내 방은 너무 좁아 책꽂이 틈에 모셔두었다. 나중에 워머를 사거나 조명을 세팅할 만한 공간이 나오면 꼭 잘 보이는 곳에 둬야지.

     

    갈대가 조금 남아 있어서 스산하지만 운치 있었던 애월의 어느 바다를 떠나, 다시 택시를 타고 곽지로 돌아왔다.

     

    고기국수를 먹고 한라봉스무디를 마셨지만 캔들 보고 났더니 배가 꺼져서, 늦은 점심을 먹기 위해 몬스터 살롱으로 향했다. 원래는 해변 근처에 있는 카페 태희를 가려고 했는데, 버거 빵이 하나 밖에 남지 않았다는 소식에 몬스터 살롱으로 올라갔다.

     

    가게 안쪽에는 5개 정도의 테이블이 있다. 한우버거와 돼지고기버거가 있어서 하나씩 시켜봤다. 하나는 세트로, 하나는 단품으로 시켰는데 21,800원이 나왔다. 세트에는 음료와 감자튀김이 함께 나온다. 아메리카노도 별도로 하나 시켰다.

     

    버거는 일행들 모두 돼지고기 쪽을 선호했다. 보통 우리가 먹는 버거의 맛이었는데 익숙해서 좋았다. 한우버거는 조금 낯설었다. 감자튀김은 꽤 맛있었고, 아메리카노가 조금 특이했다. 케냐AA를 쓴다고 하는데, 평소 먹던 맛이 아니었다. 뭔가 다른 게 섞인 듯한 맛이었는데 뭐라고 딱히 말로 표현이 안 되는 맛.

     

    버거까지 먹고 천천히 숙소로 돌아갔다. 숙소에 가니 다섯시쯤. 원래는 여기서 노을지는 풍경을 감상하려고 했는데, 어느 새 잠이 들어버렸다. 눈을 뜨니 여덟시. 잠을 좀 쫒고 바로 여덟시 반 바베큐 파티를 위해 내려갔다. 전날 먹은 한라산 탓에 술은 거의 못 먹었고, 대신 고기를 많이 먹은 것 같다. 볶음밥은 전날보다 맛이 없었고(버터랑 김치를 이상하게 추가하다보니) 배부른 나는 일찍 올라가 아쉬운 곽지에서의 마지막 밤을 뒤로 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마지막 날의 곽지는, part 3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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