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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주집중탐구] 1월의 제주 (곽지 / 애월) part 3 - last
    Travelogue/제주 집중탐구 2018. 1. 31. 14:41

    1월의 제주 (곽지 / 애월) part 3 - last

    이런 날은 좀 더 느긋하게 자도 되는데 평일 기상 시간에 맞춰서 꼭 눈이 떠진다. 덕분에 제주에서의 시간을 더 늘릴 수는 있었지만, 내심 안타까웠다. 분주하게 아침을 준비하는 다른 숙박객들의 소리가 조용하던 숙소를 깨우고 활기를 불어넣었다. 그 소리를 배경 삼아 짐을 차곡차곡 캐리어에 쌓고, 일행이 준비하는 시간 동안 커피나 한 잔 마실 겸 애월공장에 들렀다. 

     

    밤이 되면 애월공장의 전구들이 반짝반짝 빛나는데, 아침에 전구를 켜도 꽤 예쁜 모습을 한다. 폴라로이드로 남기고 싶었는데 마음 같이 잘 안 나와서 실망을 조금 했다. 숙소에서 조식을 따로 주진 않기 때문에 애월공장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잠시 시간을 보냈다. 다른 숙박객들에게 해장용으로 첫 날 먹었던 문어라면 추천도 해줬다. 그들의 입맛에도 잘 맞았길. 

     

    짐을 다 챙기고, 폴라로이드 몇 장을 남기고 캐리어를 달달 끌면서 다시, 곽지해변으로 향했다. 이번 여행의 시작과 끝은 역시나 곽지. 아침 식사를 할 시간이다. 원래는 택시를 타고 조금 나가서 물회를 먹을까 했는데 좀 귀찮기도 하고 다시 해변으로 돌아오는 것도 번거로울 것 같아 곽지에서 물회를 파는 곳을 찾아보기로 했다. 마침, 곽지해변 코앞에 길가온맛집이라는 집에서 물회를 한다고 써놓았길래 30초 고민하고 입성. 한치회로 물회와 회무침을 하는 곳이었다.

     

    회무침 양이 적을 줄 알고 회덮밥과 물회, 회무침을 다 따로 시키려고 했는데 사장님께서 회무침 양이 많으니 회무침에 공기밥만 추가하고 물회 시키면 될 것 같다고 말씀을 해주셨다. 먹고 나니 배가 불러서 남길 정도였으니, 우리가 처음 생각했던 양이 정말 어마어마한 양이었구나 싶었다. 양심적으로 알려주신 사장님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 조금 매콤해서 먹다 보면 꽤나 매운 감이 없지는 않았는데, 깔끔하고 맛있었다. 네 명이서 만원 정도씩 냈으니 가격도 나쁘지 않았다. 나중에 보니 여기 건물이 펜션인데 음식점도 같이 하는 거였다. 창가로 바다가 살짝 보이는데, 그날따라 큰 중장비가 하나 놓여 있어서 시야를 가리는 게 아쉬웠다. 바다는 봐도 봐도 행복한데! 회는 회 자체로 먹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인간이라 사실 회무침이나 물회를 개인적으로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는데, 바다 보면서 제주에서 먹으니 나름 괜찮았다.

     

    배를 채웠으니 마지막 제주 바다를 남겨보자는 생각으로 사진을 잔뜩 찍어댔다. 폴라로이드도 찍고 휴대전화로도 찍고. 남는 건 사진 뿐이라는 말처럼 이 때 잔뜩 찍어둔 사진 덕분에 제주에 대한 그리움을 조금이나마 달랠 수 있었다. (사실 볼 때마다 더 가고싶어지지만) 길바닥에 캐리어와 배낭 등 짐을 버려두고 예쁜 바다를 보며 신나게 뛰면서 사진 찍은 기억은 앞으로도 한동안 내 인생의 힘이 되겠지.

     

    사진 찍다 추워져서 들어온 곳은 곽지과물해변의 투썸플레이스. 굳이 여기까지 와서 프랜차이즈 카페에 가고 싶진 않았지만, 여기가 바다도 잘 보이고 공항 가기 전에 남는 시간을 보내기에는 제일 좋을 것 같아서 여기로 향했다. 운이 좋게도 바다와 가장 가까운 테이블이 비어있어 편안하고 따뜻하게 바다 구경을 할 수 있었다.

     

    파란 바다를 보면서 마시는 블루베리 스무디는 참 맛이 좋았다. 사실 맛은 서울의 그것과 같겠지만, 눈에 바다를 가득 담고 먹는 맛 만큼은 그에 비할 수 없을 것이다.

     

    정말 마지막, 곽지과물해변을 눈에 한 번 더 담고- 바다를 뒤에 두고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캐리어가 한없이 무겁게만 느껴지던 그 오르막길의 끝에서 택시를 타고 곽지와의 인사를 했다. 공항까지 가는 택시에서는 머리아픈 방향제 냄새가 진동을 했고, 덕분에 멀미를 잔뜩 했다. 캐리어의 빈 공간에는 외투를 벗어 담아 꽉꽉 채우고 수하물로 날려버렸다. 가벼운 옷차림으로 공항에서 감귤 쿠키를 잔뜩 샀고, 수많은 연착과 지연의 행렬에서 행인지 불행인지 단 1분의 지연도 없이 에어부산 비행기는 제주 땅을 떠났다. 창 밖으로 보이는 제주섬 풍경이 아쉬웠지만 괜찮아, 곧 또 만나자 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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