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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하이 1일차] 작지만 소중한 수향마을 '치바오' (feat. 빅맥)
    Travelogue/중국 상하이 2019 2020. 1. 31. 17:30

     

     

    블라디보스톡을 별 생각없이 출발하기로 해놓고, 여행을 준비하다보니 우수리스크라는 곳이 있다는 걸 알게 되고. 독립운동가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다 보니 상하이에 닿았다. 블라디보스톡 갔다온 지 한 달만에 상하이 임시정부를 목적으로, 상하이에 가게 됐다. 마침 가려는 날짜에 비행기 특가가 떠서 빠르게 예약하고 보니, 중국의 국경절 기간이란다. 상하이 같은 관광 도시는 사람이 터져 나간다는 그 국경절. 몇 번 고민했지만, 어차피 목적은 임시정부니까 하는 생각으로 강행. 이것은 사람에 치이고 치여 지쳤지만 목적은 달성한 상하이 여행기. (글쓰는 걸 미루고 미루다보니 중국발 코로나바이러스가 번질 줄이야. 다들 건강합시다.)


    2019년 10월 3일 오후 치바오

     

    루쉰공원을 다녀와서 원래는 M&M 건물에 있는 식당에서 밥을 먹으려는 계획이었다. 샤오롱바오라든가. 그런데 도저히 불가능했다. 사람이 많아도 너무 많다. 이대로면 몇 시간은 기다려야 밥을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말도 안 통하는데 혼자서 헤매는 것도 너무 힘들 것 같았고. 아침에 더 프레스에서 아메리카노와 브륄레를 먹은 게 식사의 끝이었기 때문에 뭐라도 먹어야했다. 문득 숙소 근처에서 본 맥도날드가 생각났다. 패스트푸드점이니 어떻게든 먹을 수 있겠지 싶었다. 이 기회에 중국 맥도날드도 가보는 거지 뭐, 하고 맥도날드로 직행.

     

    빅맥세트로 달라고 하고, 음료를 코크에서 스프라이트로 바꿔달라고 했는데 알겠다고 하더니 그냥 코크 줬다. 아- 사이다를 더 좋아하긴 하지만 콜라도 먹을 수 있으니 그냥 먹었다. 영어 알아듣는 줄 알았는데, 까먹은 건지 못 알아들은건지 모르겠지만. 잠시 기다리니 주문한 음식이 나왔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앉을 자리가 없다. 처음엔 빈 자리를 찾아 다녔는데 빈자리도 없고 일어나는 사람도 딱히 없어서 살펴보니 다들 합석을 한다. 그러니까 한 팀이 있으면 거기에 합석을 하고 먼저 온 팀이 일어나면 합석한 팀이 먹다가 또 다른 팀이 합석하고.. 이런 식이니 내 눈에 띄는 빈 자리가 없는거다. '현지에서 먹힐까 중국편'에서 봤던 합석이 이런 거구나 싶었다. 와- 혼자서 철판깔고 합석하는 게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나마도 철판 깔고 합석 해보자! 하는 시점엔 이미 합석할 자리조차 없었다. 버거가 다 식어버리는 게 아닐까 싶을 시간대쯤 빈자리가 나 겨우 앉았다. 멍청하게 쟁반 들고 서 있는 내 모습이 조금 우스웠다. 

     

    빅맥 맛은 내 입맛엔 한국과 크게 다르진 않았다. 그냥 무난. 향신료 맛이 나거나 하지도 않았고. 어쨌거나 배는 채웠다. 상하이에서의 첫 진짜 '식사'는 빅맥이었다. 한국에서 비행기 타고 올 땐 상상도 못했는데.

     

    맥도날드 갔다가 나오니 여전히 바글바글한 사람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국경절은 피하세요, 여러분. 이 때 잠시 도원향에 들렀다. 도원향은 발마사지가 유명한 마사지샵인데 난징루 소피텔에도 있어서 이날 저녁에 받을 마사지를 예약했다. 그런데 지금 검색해보니 내가 다녀온 다음달부터 영업이 종료됐다고 하니, 방문하실 분들은 다른 지점으로 가는 게 좋겠다.

     

    인민광장역으로 가, 1호선을 타고 쉬자후이(xujiahui)역으로 간다. 쉬자후이역에서 9호선으로 갈아타고 치바오역에 내리면 상하이에서 가장 가까운 수향마을 치바오에 갈 수 있다. 

     

    원래 맨 처음 상하이 여행을 계획할 때는 수향마을 우전을 가보려고 했다. 그런데 국경절이다보니 이동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감이 안 잡혀서 잘못했다가는 여행을 말아먹을 느낌이라 포기했고, 그 다음엔 상하이에서 조금 더 이동하면 있는 주가각에 가려고 했다. 지하철도 생겼다고 해서, 가려고 했는데 주가각을 갔다오면 내가 너무 힘들 것 같았다. 국경절 인파 때문에 똑같은 길을 걸어도 두 배는 힘들게 느껴졌기 때문에, 주가각에 넘쳐날 사람들을 생각하면 가기 전부터 기가 빨리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최종적으로 선택한 게 치바오다. 규모는 제일 작지만, 수향마을 분위기를 낼 수 있고 제일 가깝고. 

     

    치바오역에 내려서 수향마을 방향으로 걸어가다보면 본능적으로 저쪽으로 가면 사진 속 수향마을을 볼 수 있겠구나 싶다. 사실 갈 수 있는 길이 한 가지가 아니고, 나도 그냥 가다보니 저기다- 싶어 간거라, 발 가는 대로 걸어보면 된다.

     

    이런 상점들이 많은데 음식을 파는 곳도 많다. 그러고 보니 상하이에서 길거리 음식 하나도 안 사먹었다. 그냥 좀 그래.. 굳이.. 근데 여기서 취두부 냄새는 못 맡은 것 같은데 기억 오류인지 진짜인지 모르겠다. 중화권에서 취두부 냄새를 못 맡았다니? 말이 되는 걸까?

     

    짜잔- 작은 수향마을이다. 여기 야경이 유명해서 그런지 밤보다는 낮이 사람이 적다. 그래도 저 돌다리 위에 사람이 빼곡하게 서있다. 사진 상으로는 잘 안 보이지만. 우리나라에는 없는 마을 구조라 그런지 외국 나온 느낌이 물씬. 

     

    조금 다른 방향에서 본 풍경. 건물에는 대부분 카페 등이 있다.

     

    치바오 구경을 하며 잠시 걷다가 목도 마르고, 후덥지근하고, 이제 더 이상 볼 것도 없다 싶어서 카페에 들어가기로 했다. 야경까지는 보고 가야하는데 시간이 너무 뜨더라. 낮도 보고 밤도 보고 싶었는데 치바오가 생각보다 작은 거지. 

     

    그래서 들어간 카페에서 보이는 풍경. 여기 카페 이름을 모르겠다. 중국이 구글맵이 원래 지원되는 동네가 아니라 그런지, 구글맵에도 디테일하게 가게 이름들이 안 나오고 그래서 그냥 걷다가 적절해보이는 곳으로 들어갔다.

     

    1층과 2층이 있는데 1층은 거의 주방인 것 같고, 2층으로 안내해줘서 올라갔다. 사람 나밖에 없었음. 당황함.

     

    이거 아마 키위주스였던 것 같다. 매장이 엄청 시원하진 않았는데 그래도 주스 마시면서 앉아있으니 더위가 좀 가셨다. 

     

    오래 앉아있어야 하는데 주스는 이미 드링킹해버려서 없고, 시간은 떼워야 해서 이번엔 차를 시켰다. 오래마시기엔 차가 제격이다. 차를 여러번 우려먹고 있자니 슬슬 해가 넘어가기 시작한다. 내가 이 카페에 있는 동안 손님은 나 말고 딱 두 테이블이 더 들어왔는데, 그나마도 한 테이블은 내가 나갈 때쯤 들어와서 비교적 조용하고 여유있는 카페타임을 즐길 수 있었다.

     

    완전히 어두워진 치바오. 어두워지니 조명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그리고 밖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진다. 하하.

     

    카페에는 흰 고양이 두 마리가 있었는데 뭔가 부모자식간인지, 닮았는데 하나는 크고 하나는 작았다. 작은 녀석이 계속 우다다를 해대서 눈길을 안 줄수가 없었다. 너무 예쁘더라.

     

    이제 불도 다 켜졌고 슬슬 움직여봐도 좋을 것 같아 카페를 나섰다.

     

    역시나 사람이 많아요. 오른쪽 건물은 무슨 음식점인 것 같았다. 여기서 사진찍는데 어떤 여자가 와서 중국말로 말 걸었는데 뭔 얘긴지 나는 알아들을 수 없으니 멍청한 표정을 지었던 것 같다. 뭔가 자꾸 말했는데 무슨 얘기였을지 궁금하다. 중국어 못한다고 했는데도 왜 자꾸 중국말로 말을 걸까...

     

    야경도 예쁘더라. 예전엔 이렇게 화려한 야경이 좋았는데, 요새는 낮시간대의 풍경화 같은 고요한 모습도 마음에 든다. 사실 치바오 수향바을의 야경은 이정도라 이제 빠져나가야겠다 싶어서 길을 나섰는데, 무슨 야시장쪽이 나와서 그쪽 구경하면서 지나다 보니 내가 아까 못 봤던 곳이 나왔다.

     

    여기 정확히 뭔지 모르겠다. 구글맵을 뒤져도 주소를 알 수가 없다. 암튼 여기가 치바오 옛거리(old street) 정문인 것 같은데, 내가 이리로 들어온 게 아니라서 어디로 가야 여기가 나오는지 모르겠다. 

     

    붉은 조명과 중국식 건물과 달.

     

    여기로 나왔는데 나오면서 보니 입장 통제하고 사람들 줄 서있고 그렇더라. 보통은 여기로 들어오는 게 맞는 것 같다. 나는 대체 어디로 들어갔던 걸까. 나올 땐 제대로 나왔으니 다행인건가. 그런데 여기서 나와서 치바오역 방향이라고 생각하는 곳으로 걸어갔는데 걷다가 이상해서 지도를 보니 뭔가 엉뚱한 곳에 있었다. 이래서 방향치에겐 구글맵이 필수다. 구글맵이 아니었으면 나에겐 불가능했을 혼자하는 여행. 구글맵이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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